기업을 운영하거나 1인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반드시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핵심 기술이나 인프라를 우리 스스로 개발(내재화)할 것인가, 아니면 빠르고 편리하게 외부 업체에 맡길(외주화) 것인가"입니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기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시스템을 빌려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채 외주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기술 환경이 변할 때 스스로 생존할 힘을 잃고 맙니다.
19세기 말, 조선(대한제국)과 일본 역시 이 '기술 내재화'의 문제로 국가의 운명을 걸고 다투었습니다. 고종이 선포한 대한제국의 근대 산업 육성 정책인 '식산흥업(殖産興業)'과 일본 메이지 정부의 '공업화 정책'은 기술을 다루는 태도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두 국가의 산업화 과정을 통해, 왜 진짜 실력은 '화려한 도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법을 아는 것'에서 나오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대한제국의 식산흥업: 화려한 기계 도입과 뼈아픈 외주 의존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추진한 '광무개혁'의 핵심 축 중 하나는 식산흥업, 즉 근대적인 산업과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고종과 조정 관료들은 산업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국가 주도로 근대적인 공장을 세우고 섬유, 제지, 유리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투자했습니다. 철도를 부설하고 전차와 전등을 설치하는 등 서울의 겉모습을 서구식으로 빠르게 바꾸어 나갔습니다. 당시 서울은 동아시아 도시 중에서도 전등과 전차가 꽤 빠르게 도입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풍경 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기술과 자본의 '외주 의존성'이었습니다.
발전기를 돌리고 전차를 선로 위에 올리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과 장비는 전부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했습니다. 조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기계를 정비하며,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내재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할수록 막대한 특허료와 기술 사용료가 해외로 빠져나갔고, 주요 인프라의 운영권마저 외국 기업에 저당 잡히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껍데기는 근대화였지만, 알맹이는 외국 기술에 종속된 불완전한 산업화였습니다.
2. 메이지의 공업화: 적자를 감수한 국산화와 기술 인력 양성
반면 일본 메이지 정부의 공업화 전략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내재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서구의 기계를 수입하고 외국인 기술자(고빙 외국인)를 비싼 값에 고용해 공장을 돌렸습니다. 메이지 정부가 세운 '토미오카 제실장(관영 제실 공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목표는 이들을 오래 고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메이지 정부는 외국인 기술자 한 명을 고용할 때마다 그 옆에 반드시 일본인 조수를 붙여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들에게 비싼 돈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술 국산화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계를 수입하면 이를 통째로 뜯어보고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여 기계 만드는 기술 자체를 연구했습니다.
동시에 도쿄제국대학 공과대학 등을 설립해 자체적인 고급 기술 인력을 대규모로 길러냈습니다. 수년 동안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가 관영 공장을 운영한 이유는, 당장의 수익 때문이 아니라 '일본인 스스로 기계를 다루고 만드는 법'을 훈련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지독한 기술 내재화의 노력이 있었기에, 일본은 훗날 자체 기술로 군함과 무기를 생산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산업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튼튼한 기초 체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3. 현대 비즈니스와 커리어에 적용하는 내재화 솔루션
대한제국과 메이지 일본의 산업화 격차는 오늘날 우리가 커리어를 쌓거나 비즈니스를 영위할 때 매우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직접 할 줄 아는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남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위에서 대여료만 내고 있는가?"
핵심 소프트웨어와 마케팅 역량은 반드시 내부에 두어라 쇼핑몰을 운영할 때 디자인이나 단순 코딩은 외주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 분석, 핵심 마케팅 전략, 제품 기획력까지 외주 대행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대행사 계약이 종료되거나 알고리즘이 바뀌는 순간 매출이 0으로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심장'에 해당하는 영역은 반드시 내부 인력이 직접 부딪히며 노하우를 쌓아야 합니다.
'사용법'을 넘어 '원리'를 공부하는 습관을 지녀라 인공지능(AI) 툴이나 편리한 노코드(No-code)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입니다. 도구를 잘 쓰는 것은 중요하지만, 도구의 작동 원리와 데이터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구가 업데이트되거나 유료화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됩니다. 내가 쓰는 도구의 이면에서 어떤 기술이 작동하는지 공부하고 연구하는 태도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릅니다.
당장의 지출을 아까워하지 말고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라 직원들의 교육이나 내재화 시스템 구축은 당장 돈만 나가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적자'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를 일회성으로 불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내부 인력을 훈련시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일본이 적자를 보면서도 관영 공장을 유지하며 자국민을 훈련시켰던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 요약
대한제국의 식산흥업은 전차와 전등 등 화려한 하드웨어를 빠르게 도입했으나, 기술과 자본의 외주 의존성으로 인해 핵심 인프라의 운영권을 외국에 빼앗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일본 메이지 정부는 비싼 외국 기술자를 고용하되 이들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역설계를 시도하는 등, 철저한 기술 국산화와 자체 인재 양성에 집중했습니다.
현대의 비즈니스와 개인의 커리어 역시 당장의 편리함에 속아 외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나만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역량을 내부에 축적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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